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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매일 아이 몸에 8~10번 주사” 1형 당뇨 가족의 눈물
글쓴이 관리자 (IP: *.76.220.136) 작성일 2024-01-23 00:00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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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아이 몸에 8~10번 주사” 1형 당뇨 가족의 눈물

입력 2024-01-23 18:38 수정 2024-01-23 19:13
한정민(가명)군이 23일 자택에서 자신의 팔에 달린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조작하고 있다. 보호자 제공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는 한정민(가명·10)군은 1형 당뇨 환자다. 서구화된 식습관, 운동 부족 등으로 나타나는 2형 당뇨와 달리 1형 당뇨는 췌장에서 인슐린을 분비하는 세포가 파괴돼 혈당 조절능력을 완전히 상실하는 질환이다. 평생 인슐린을 외부에서 주입해야 한다. 2형 당뇨보다 더 쉽게 고혈당 혹은 저혈당 쇼크가 오는 데다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한군은 지난해 7월 생사의 갈림길을 오간 적이 있다. 한군의 어머니 A씨는 매일 점심 급식시간 직전 자택에서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으로 한군의 몸에 부착된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작동해 왔다. 식사시간 전후로 혈당관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A씨는 학기 초면 늘 담임교사에게 “급식시간이 바뀌면 그것만큼은 꼭 알려 달라”고 부탁을 해두곤 했다.

A씨는 당시 학교 사정으로 급식시간이 1시간 미뤄진 사실을 알지 못한 채 평소처럼 아들의 몸에 인슐린을 원격 주입했다. 식사를 하지 않은 상태였던 한군의 혈당이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실시간 혈당을 확인하고 다급해진 A씨는 아들과 연락해 “챙겨둔 포도당 사탕과 과일 주스를 먹으라”고 했다. 하마터면 저혈당 쇼크로 한군이 위급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1형 당뇨 환아 김모(8)군이 23일 자택에서 배에 인슐린 주사를 놓고 있다. 보호자 제공

23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1형 당뇨병 환자는 3만6248명, 이 가운데 소아·청소년은 3000여명에 이른다. 국민일보는 최근 1형 당뇨 자녀를 둔 학부모 4명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까다로운 혈당관리와 질환에 대한 주변의 인식 부족으로 1형 당뇨 환자들의 학교생활이 매우 힘들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도 부천에 사는 B씨는 자녀의 초등학교 교장이 바뀔 때마다 학교를 찾는다. 자녀가 항상 스마트폰을 지닐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다. 그래야 아이 몸에 부착된 연속혈당 측정기와 인슐린 자동주입기를 원격 사용할 수 있다. 그동안 세 차례 면담을 진행했지만 교장마다 당뇨에 대한 인식차가 커서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김군의 배에 가득한 주사자국. 보호자 제공

서울에 사는 C씨는 투병 7개월 차인 아들 김모(8)군의 학교에 매일 세 차례 찾아간다. 김군이 아직 어려서 인슐린 주입기를 부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C씨는 “교사에게 문자를 보낸 뒤 근처 주차장에서 기다리다 보건실에 가서 조용히 주사를 놓고 돌아온다”고 말했다. 김군은 오전 7시30분에 일어나자마자 인슐린 주사 2대를 맞는다. 하루종일 작용하는 ‘기저 인슐린’과 짧은 시간 동안 작용하는 ‘초속 인슐린’이다. 하루에 많게는 10대씩 주사를 맞는 김군의 배에는 주사자국이 가득하다.

학부모들은 인슐린 주사 사용은 물론이거니와 ‘당뇨병 환자한테 단 음식을 먹여도 되느냐’는 질문에 일일이 답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고 입을 모은다. 청소년에게 성장 장애를 가져오지 않도록 식단에 제한을 두지 않되, 인슐린 주사를 활용하는 게 최근 1형 당뇨 치료 경향이다.
사단법인 한국1형당뇨병환우회 관계자들이 15일 오전 세종시에서 긴급기자회견을 열고 1형 당뇨환자들의 처우개선을 호소한 가운데 환자와 가족들이 눈물을 흘리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9일 충남 태안에서 1형 당뇨를 앓던 9살짜리 딸과 부모가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도 벌어졌다. 그만큼 1형 당뇨는 환자와 가족에게 평생의 부담으로 자리잡고 있다. 1형 당뇨는 평생 치료를 받아야 한다. 또 1형 당뇨 환자가 사용하는 인슐린 자동주입기는 최대 150만원짜리 제품의 70%가량만 비용이 지원된다.

현재 인천과 경기 평택 등 9개 지방자치단체에서 조례를 제정해 1형 당뇨 환자의 치료를 돕고 있다. 복지부도 지원제도 보완을 시사했지만 환자와 가족들에게는 여전히 부족하다. 김미영 한국 1형 당뇨병환우회 대표는 “투약 보조와 같은 정부의 의료적 지원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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